智異山 戀歌

나는 누구인가[제석봉편]

청산전치옥 2014. 9. 1. 22:53

지리산, 3일간의 휴가[제석봉편]

 

 

 

-일시: 2014 8 29~31일[첫날]

-흔적: 중산리~칼바위~법계사~개선문~천왕봉~제석봉

 

 

 

 

[문명의 이기심}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른다.

밤새 자지 못하고 곧바로 배낭과 카메라 장비만 챙기고 지리산 휴가를 떠난다.

얼마나 잤을까

2시간 넘게 차 안에서 수면을 해 버렸으니 큰일이다.

우리가 편안함을 찾기 위함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지리산 케이블카가 들어 온다면 그렇게 반대하던 사람들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로타리 산장까지 2시 안에 도착해야 내 보낼 것인데

11시 가는 버스를 놓쳐 버렸으니 걸어 갈 수 밖에

 

 

 

[갈등]

무거움의 압박이 칼바위를 지나면서 어깨를 짓 누른다

수 없이 갈등과 갈등 속에 압력밥솥을 넣고 빼기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망원렌즈와 다운 잠바를 챙길까 말까

그래도 무게는 쉽게 25킬로를 넘어 섰으니...

국공과 말다툼이 싫다면 그 시간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조급했습니다.

결국 2시 안에 그곳을 간단히 패스하고 난 뒤부터 느긋한 산행이 시작됩니다.

 

 

 

 

[천왕봉에서]

오후부터 좋았던 날씨가 천왕봉에 도착하니 운해의 물결로 앞을 볼 수가 없네요

천왕봉의 가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반기지만

내 눈은 저 구름 속 태양을 바라보는 습관을 이곳 천왕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과 운해가 넘치는 바위 아래 한 켠에서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나는 누구인가]

홀로 하는 산행은 나를 찾는 일입니다.

3일간의 지리산 긴 휴가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찌든 삶에 묻혀 습관처럼 살다가도

홀로 하는 산행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새록새록 밝혀집니다.

최근 날씨만큼이나 흐릿했던 날들이

이제 분명한 계절, 가을 꽃 색깔처럼 확연히 나타납니다

내가 누군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제석봉일몰]

허탈함을 견디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마땅히 가야 할 곳도 없지만 그래도 낮은 지대를 찾아 간다며 제석봉을 선택했다.

아마 그래도 사람 냄새라도 맡아 볼까 하는 그 어떤 그리움에서일까.

제석봉 정상에 섰다.

마치 날개 잃은 기러기 마냥 축 쳐진 어깨를 들썩이는데 운해의 광풍이 몰아친다.

 

 

 

 

~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몰아친다.

제석봉 일몰을 본지가 얼마만인가

순간에 아름다운 섬광의 광영이 제석봉 사초를 물들인다.

한줄기 불 칼의 섬광이 번쩍이면서 태양이 구름을 뚫고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 지는 석양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그러나 내가 오늘 유할 곳은 어디메뇨...

 

 

 

2014 8 29

. 사진 청산- 전 치 옥/지리산 제석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