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3일간의 휴가[제석봉편]
-일시: 2014년 8월 29~31일[첫날]
-흔적: 중산리~칼바위~법계사~개선문~천왕봉~제석봉
[문명의 이기심}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른다.
밤새 자지 못하고 곧바로 배낭과 카메라 장비만 챙기고 지리산 휴가를 떠난다.
얼마나 잤을까
2시간 넘게 차 안에서 수면을 해 버렸으니 큰일이다.
우리가 편안함을 찾기 위함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지리산 케이블카가 들어 온다면 그렇게 반대하던 사람들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로타리 산장까지 2시 안에 도착해야 내 보낼 것인데
11시 가는 버스를 놓쳐 버렸으니 걸어 갈 수 밖에
[갈등]
무거움의 압박이 칼바위를 지나면서 어깨를 짓 누른다
수 없이 갈등과 갈등 속에 압력밥솥을 넣고 빼기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망원렌즈와 다운 잠바를 챙길까 말까
그래도 무게는 쉽게 25킬로를 넘어 섰으니...
국공과 말다툼이 싫다면 그 시간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조급했습니다.
결국 2시 안에 그곳을 간단히 패스하고 난 뒤부터 느긋한 산행이 시작됩니다.
[천왕봉에서]
오후부터 좋았던 날씨가 천왕봉에 도착하니 운해의 물결로 앞을 볼 수가 없네요
천왕봉의 가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반기지만
내 눈은 저 구름 속 태양을 바라보는 습관을 이곳 천왕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과 운해가 넘치는 바위 아래 한 켠에서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나는 누구인가]
홀로 하는 산행은 나를 찾는 일입니다.
3일간의 지리산 긴 휴가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찌든 삶에 묻혀 습관처럼 살다가도
홀로 하는 산행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새록새록 밝혀집니다.
최근 날씨만큼이나 흐릿했던 날들이
이제 분명한 계절, 가을 꽃 색깔처럼 확연히 나타납니다
내가 누군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제석봉일몰]
허탈함을 견디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마땅히 가야 할 곳도 없지만 그래도 낮은 지대를 찾아 간다며 제석봉을 선택했다.
아마 그래도 사람 냄새라도 맡아 볼까 하는 그 어떤 그리움에서일까.
제석봉 정상에 섰다.
마치 날개 잃은 기러기 마냥 축 쳐진 어깨를 들썩이는데 운해의 광풍이 몰아친다.
아~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몰아친다.
제석봉 일몰을 본지가 얼마만인가
순간에 아름다운 섬광의 광영이 제석봉 사초를 물들인다.
한줄기 불 칼의 섬광이 번쩍이면서 태양이 구름을 뚫고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 지는 석양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그러나 내가 오늘 유할 곳은 어디메뇨...
2014년 8월 29일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지리산 제석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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