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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왼골 그러나 형제봉능선은 없었다(지리99 청소산행)

by 청산전치옥 2006. 5. 31.
 
왼골 그러나 형제봉능선은 없었다
(지리99청소산행)
 
-언제: 2006.05.28.

-어디를: 지리산 청소산행(왼골과 형제봉능선)

-누구와: 토목님. 배재길님과 취운님은 형제봉능선.



<청소산행에 동참한 지리99인들:일부러 99명이(?)>


올 1월 명선봉능선 산행을 하면서 지인으로부터 왼골과 산태골

그리고 절골의 합수부인 빗점골에서 들머리에 관한 장황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때 그 설명이 얼마나 유효할런지 모르겠으나

오늘 드디어 내 머리를 시험 가동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들머리에 관한 준비물 2장만 달랑 갖고

(물론 지형도는 필수) 왼골을 향해 갑니다.

다른 때 같으면 산행 전에 두 세편의 산행기는 꼭 읽고 가는데……






<빗점골과 여인들(좌:제천님/우렁각시님>


삼정농장 앞에 주차를 하고 작전도로를 따라 오르는데 뒤에서 우리를 부르는

산 객이 지리99 청소산행에 동참하느냐는 반가움에 서로 닉을 밝힙니다.

우렁각시님과 제천님이십니다.

대전에서 출발하는 대충팀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린다는 말씀에 왼골로

산행하자는 제의에 정중히 사양을 하시자 우리 둘은 거리낌 없이 산행에 임합니다.




<이현상 최후 격전지에서>


드디어 계곡 합수부에 닿습니다.

그때 들은 얘기를 토해내면서 함께한 토목님에게 주변계곡을 설명 합니다.

짙은 안개비가 내리는 계곡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스산한 분위기까지 엄습 해 옵니다.

그리고 넘지 말아야 할 계곡을 넘어 능선으로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계곡 우측은 산태골이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으며

마치 계곡 건너에 표식기가 있길래 아무 의심 없이 쉽게

능선으로 갔는데 아뿔싸 이낀 낀 능선의 너덜 길은 분명 아니올시다.




주변 너덜 길의 등로를 찾으며 때로는 잡목 숲을 헤치며 길을 찾았지만……

나중에 안일이지만 이 길은 없을뿐더러(아마 고로쇠의 흔적)
 
범왕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다함.

마치 토목님께서 지형도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다시 백하기로 하고

주변의 사면을 타고 고도 820 왼골 계곡으로 내려 섭니다.

이렇게 하여 초반부터 30여분의 알바를 하였습니다.




<지리 주능선과 왼골에서>


길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선답자의 표식기들이
 
주변에 많습니다.그런데 좋은 길을 놔두고 알바를 했으니
 
이제 내 머리도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초반부터 계곡을 타고 올라 왔어야 하는데
워낙 미끄럽고 계곡의
 
수량도 만만치 않아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 놓습니다.

고도 960까지는 계곡 우측으로 길은 이어집니다.




<왼골의 작은 이끼폭포>


고도 1080까지 두 번의 계곡을 건너면서 1170고도에서

우측의 계곡을 선택해서 오릅니다.

이곳에서 두 갈래의 길이 있으니 주의 해야 할 구간입니다.

잠시 너덜길의 오름 길이 이어지고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커다란 암봉에서

우회의 길을 찾으니 이곳에도 이끼폭포가 있습니다.

아마 수량이 부족하다면 메말라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실 폭포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이끼색깔이 너무도 곱습니다.




이윽고 고도 1440에 왔을 때 주변의 모습이 계곡의 소멸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대신 아름답게 피어난 야생화가 우리의 발 끈을 붙잡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잠시 휴식을 하기로 합니다.

싱그럽게 푸르른 지리의 녹색에 다운되어 비몽사몽 하는 사이ㅡ

그렇지, 우리의 오늘 목적이 청소산행이 아니던가?

주변의 너 부러진 페트병과 쓰레기를 주어 담습니다.

토끼봉을 향하여 오를수록 주변의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떻게 200리터의 드럼통이 고도 1500까지 와 있는지 상상 할 수 없었습니다.




<토끼봉에서>


<쓰레기 강산 물려주렵니까>

토끼봉 주변으로 펼쳐지는 쓰레기의 무질서,

돌 틈 사이에 숨겨놓은 비닐봉투.

곳곳에 널린 과일껍질과 음식 찌꺼기.

보란 듯이 나뭇가지에 꽂아놓은 페트병과 맥주 캔 등등……

우선 나 자신부터 실천 하겠지만 우리가 산에서 내려올 때
 
꼭 빈손으로 내려오지 말고

페트병 하나라도 가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으며 합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쓰레기가 오늘따라 이렇게 많은 줄 새삼 느낍니다.






<연하천 가는 주능선길>


주 능선에 올라 연하천이 가까워 지자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의미 있는 청소산행이자

그 동안 마음으로 뵙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음 속으로 불러보고 싶은 이름들을 하나 둘 부르면서

짙은 운무로 가득 찬 연분홍 철쭉 주 능선 길을 따라갑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연하천 헬기장에 닿습니다.


<청소산행에 동참한 대충팀>


<광주 전남팀>


<대구 경북팀>


<만남과 대화>

저 마다 배낭 뒤에 쓰레기 꾸러미를 매달고 환한 얼굴로 속속 등장하신

우리99회원님들- 철화님을 대장으로 하여 참여 해 주신

서울. 수도권 팀과

기쁜인연님과 함께한 대구 경북 팀.

네스카님을 위시한 경기 평택 팀.

그리고 오늘 청소산행을 주관하신 대충 팀과

취운님과 함께한 우리의 전남 동부 팀.

기타 개인적으로 참여 해주신분과 또 개인적으로 바쁘신 관계로 참석 못하시고

마음은 이곳에 계셨던 회원 모두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정말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경기 평택팀>


<서울팀>


<전남 동부팀>


2시간의 진한 대화와 만남 속에 어느덧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에서

각자의 위치를 찾아 떠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함께하고 싶은 취운님 재길님과 함께

형제봉능선의 산행길에 동참 하기로 하고 미지의 등로를 찾아 갑니다.




<토끼봉 가는 길>


<형제봉능선은 없었다>

형제봉능선은 연하천에서 벽소령대피소 가는 주능상의 형제봉 못미친 50m지점,

이 부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남으로 삼정마을로 우측으로 뒤틀어져

내려 삼정마을 위 왼골쪽과 작전도로에 둘로 나뉘어 닿는다는

산길집중탐구와 지리산의 두 남자와 같이하는 산행이라

우리는 그냥 따라만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심한 산죽과 싸움을 해야 합니다.




<형제봉에서>


행여 조금만 가면 희미한 등로라도 나오겠지

아니야 이제 저 암봉을 우회하면 또 다른 미지의 등로가 있을 거야

하면서 한 시간을 내려 왔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은 형제봉의 능선에 형제는 없었다.

그러다가 산죽으로 가려진 작은 암봉군을 넘는 과정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우측 손목을 접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때 당시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형제봉에서 함께한 배재길님과 토목님>


불편한 왼쪽 손을 의지하면서 어렵게 1000 고도까지 내려 왔건만

우측으로 또 하나 능선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여태까지 능선만 고집하다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우측의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아마 이러한 산길을 수 없이 갔을 재길님은 그 험한 산죽 밭을 잘도 갑니다.

그 와중에서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취운님은 열심히 송화주를 내리 붙습니다.

드디어 고로쇠 채취 너덜길이 나오더니 고도 880 천내골 계곡과 반가운 만남입니다.




<형제봉능선에서 싸우는 취운님과 재길님>


잠시 안도의 휴식을 취하고 천내골 좌측의 산길을 따라
 
작전도로의 콘크리트 다리에 닿습니다.

정말 2시간 가까이 내려 오면서도 희미한 길도 없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돌아가는

나는 언젠가 한번쯤 이 길을 찾아 다시 한번 걷고 싶습니다.

과연 형제봉 능선은 없는가?




<고독을 씹는 취운님 무슨 사념이 저렇게.....>


<에필로그>

의식 없이 행하는 행동.

부끄럼 없이 행하는 모습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온 것’

이라는 말이 새삼 절묘하다고 생각 됩니다.

음식물이 담긴 배낭을 짊어지고 산에 오르셨으면 하산 길에는 빈 껍데기를

되 가지고 가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요.

우리의 후손 보기에 정작 부끄럽지 않게 하는 행동, 우리의 강산

아름다운 산하,

깨끗한 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줍시다.

오늘 우리 99회원님들의 깨끗한 마음을 본 받아

이 강산 지리도 깨끗 해 졌으며 하는 바램과 청소산행에 동참 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또한 산행 후 응급처치를 해 주신

정대장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5. 05. 31.

청 산 전 치 옥 씀.


<천내골:고생 끝입니다>

<일정정리>
07:55 삼정농장(570)
08:15 이현상 최후 격전지
08:25~08:55 고도 820~860에서 알바.
09:00 고도 820에서 왼골 계곡으로 내려옴.
09:20 고도 960 계곡 건넘(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오름)
09:45 1080 고도에서 계곡 다시 건넘(계곡 왼쪽에 두고 오름)
09:55 고도 1170 우측 지계곡 선택
10:05~10:15 고도 1215 암봉 우회(실 폭포)
10:40 고도 1445 계곡 소멸.
10:55 토끼봉(1534): 뱀사골 3.0
12:00~14:20 뱀사골 헬기장에서 청소산행 행사.
15:00~15:20 형제봉(1580)
15:45 전망바위(1355)
16:15~16:25 고도 1285 적송(5~6그루)구간 암봉
17:20~17:30 천내골 계곡(880)
17:55 산행종료(삼정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