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山 지리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황장산
산행).
-산행 일시 :
2004.12.8.
-산행구간: 화개- 촛대봉-
황장산- 당재- 목동마을.
-함께한 사람: 일출님. 천운님.
그리고 나
<오늘 가야할 길과 저 멀리 지리의 촛대봉을 바라보면서>
내일이면 지리산 한화콘도에서 워크샵이 있는 날이다. 결코, 산행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른 새벽이면 화엄사 계곡을 따라 연기암까지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이 무엇보다 기쁘다. 항상 그랬듯이 누가 뭐라 해도 그곳에서 교육이나 워크샵이 있는 날이면 나는 항상 연기암 코스까지 나 혼자만의 이른 새벽 산행은 시작되었으니까.그런대도 오늘 또 다시 불무장등의 끄트머리인 황장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물론 경방기간 동안 지리를 밟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때면 항상 지리의 자락들을 산행하면서 멀리서 눈팅하는 지리산의 묘미는 성제봉 산행에서 맘껏 누려서 알고 있던 터다.
<사진위: 왕시루봉의 모습과 섬진강 건너 백운자락>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화개를 향해 달려가는데 왠지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다름아닌 며칠 전의 남원 고리봉 산행 시 이른 새벽에 거침없이 달려가면서 무인 카메라에 찍혔던
한 장의 스티커의 약발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받아 쥔 스티커를 보면서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잘못된 죄값을 치를 수
밖에. 답답해하던 일출님이 한마디 거둔다. “나는 이런 도로는 시속120km로 달려간다.”고 그러나 정석주행은 계속
이어졌다.
<지리의 주능선과 낙엽 쌓인 길>
오늘도 겨울날씨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따뜻한 날씨다. 결코 우리 산 객들에게는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 마음인데 그래서인지 구례에서 화개까지 계속 내려본 우측 의 섬진강에서는
물 안개의 연속이 되었으며 오후에는 물 안개가 기온 차에 의하여 연무로 바뀌리라 생각된다.
<지나온 길과 왕시루봉은 점점 가까워 지는데>
황장산의 초입은 19번 도로 바로 옆의
태봉식당에서부터 시작된다. 식당 왼편으로 이어진 길은 최근에 등로를 정비했는지 잡목을 제거되고 미끄러지기 쉬운 길들은 다시 정리되어 잘 정돈되어
있었다. (황장산 초입에서 당재까지 전구간) 10여분을 오르더니 이내 숨이 목까지 차 오른다. 오랜만에 일출님과 산행하게 되어선지 일출님의
넋두리는 시작된다. 이윽고 잠시의 침묵이 흐른다. 침묵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서로가 빡센 산행하고 있으니 말하기도 귀찮다는 뜻이리라. 이윽고
한마디 내 던진다. 오늘 산행은 아무래도 일찍 끝날 것 같으니 화개장터에서 농주나 한잔하자는 말에 귀가 번뜩 뜨인
모양이다.
<우리 천운님과 일출님은 뭐가 그리도 좋을까>
<가야 할길과 저 멀리 지리의 촛대봉이>
-09:35분 전망대(고도
590)
한 시간을 올라오는 동안 사면이 소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져 주위의
조망은 별로 볼 수 없었다. 간혹 이따금씩 조망이 트인 곳이 있었지만 섬진강 변의 모습은 연무로 인하여 볼 수
없었고 다행인 것은 북쪽의 지리 능선을 확연히 볼 수 있다는 희망은 꺾을 수 없었다. 09:35분 이곳 전망대의 조망은 왼쪽으로 뻗은 왕시루봉이
금방이라도 손에 들어올 것 같았고 그 능선을 따라 이어진 노고단과 반야봉의 능선이 시야에 뚜렷하게
들어온다.
<사진 위: 촛대봉에서 바라 본 연무에 쌓인 연곡천 아래: 화개천과 쌍계사 주변 마을>
-10:18 촛대봉(고도
730)
촛대봉에 올라 남쪽사면을 바라보지만 연무에 가려 확 트인 시야는 볼
수 없고 11월에 다녀온 성제봉의 출렁다리가 아스라히 시야에 잡혀 들어 오고, 발 아래의 쌍계사와 쌍계초등학교가
마침 장난감의 성냥갑처럼 보인다.
<촛대봉의 이정표/ 가운데: 황장산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 아래: 지리의 주능선>
-11:25
황장산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우리는 제법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지리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그곳으로 자신이 흡입되어 커다란 어머니의 품속,
따스한 지리의 훈풍을 맛볼 수 있다는 어떤 기대감이었는지 모른다. 황장산 정산 주변이래야 약간의 잡목이 우거져 있지만 요 앞의 통곡봉과 불무장등
삼도봉 반야의 모습이 한층 더 뚜렷하게 능선을 뽐내며 서있고 능선 우측으로 토끼봉, 명선봉.. 촛대봉이 이어진다. 한참이나 능선을 따라가는데
촛대봉 능선뒤의 모습들은 보이지 않으나 저 멀리 천왕봉이 촛대봉 뒤에 숨은 자태가 어찌나 우스운지 모르겠다. 커다란 몸집은 촛대봉 뒤에 숨겨두고
천왕의 머리는 삐쭉 내민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황장산을 내려 오면서 통꼭봉 불무장등 반야를 바라보며>
<농평 마을의 모습>
-황장산을 내려오면서
몇 편의 산행 기를 읽어보고 오늘 산행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빠른
산행에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 망설였다. 왼발 돌려 오른발의 경남인 목통 마을로 내려갈까.오른발을 돌려 전남의
땅인 농평 마을로 내려갈까. 한참을 망설였다.
더욱더 아쉬운 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반야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내려서야 하는 허전한 발걸음은 더욱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당 재에서 한참 동안 망설인 뒤에서야 목통마을로
내려온다.
<당재의 이정표와 불무장등의 들머리 그러나 현재는 비지정 등산로이다>
-히치하기
너무 빠른 산행에 혹시나 하여 칠불사 불심을 엿보기로 하였으나
일출님이 완강히 거부한다. 요즈음 한동안 산행이 뜸 하더니만 힘들어서일까. 여기서 차량 회수도 문제지만 어떻게
해야 될까 하여 그냥 시간의 여유가 있어 목통마을에서 신흥리까지 내려오기로 하면서 할 수 있으면 히치 하기로 하였으나 나 혼자만의 히치는
가능하겠으나…. 일출님이 자기가 하겠다고 선수를 친다. 며칠 전 거림에서 중산리까지 4명이나 되었는데도 히치에 성공했다는 무용담을 내놓으면서
그러나, 5번의 히치도 끝내 무산되더니만 천운님이 놀려대고 또 내가 거든다. 일출님의 능력을 보겠다고, 신흥리까지 계속 이어지고 모암 휴게소
근방에서야 히치에 성공한다. 그것도 짚차를… 나는 연장자로써 운전석 옆자리에 않게 하고 자기들은 짐칸에 실려온 것이다.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코가 땅에 닿도록 하기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이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목통골에서 불무장등을 바라보며>
<목통마을에서 신흥리로 내려 오면서>
-화개장터에서.
광복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7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던 화개장터지만 조용남의 노래가사처럼 번성했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으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모습이 오히려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전혀 술을 먹지 못한 나 지만 산행 뒤의 하산주인 동동주를 시켜놓고 주인 아주머니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1일과6일 5일만에 들어서는 장날에는 그래도 전라도 사람들이 더 많단다. 주위의 상가에서 어서 오라는 손짓을 거부하기도 미안하지만 어렵게 자리를 떠나 섬진강에서 나머지 시간을 채우기로 한다.
-섬진강에서
최근에 읽은 다큐멘타리 르포 지리산에서 조선 중기의 학자이신 남명
조식선생께서는 섬진강을 이렇게 표현했지 않은가. 섬진강에 배를 띄워 거슬러 오를 때면 강물에서 별과 아득한 산들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하였거늘 그 시절 섬진강은 얼마나 아름답고 깨끗 했을까? 어느 날 돌연 황금빛 찬란한 거북 떼가 건너편 광양 땅
津上(진상)면 강둑에 기어 올랐다 해서 강 이름의 유래를 낳았다지만 섬진이 너무 맘에 들었던 것 같다. 그 뒤 수 많은 세월이 흘러 어느
때부턴가 섬진 강변에 강변도로가 등장하였고 하동 악양 화개 구례 곡성 남원으로 이어진 350리 길의 강변도로가 우리의 불편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화합교에서 저 멀리 뻗어가는 지리의 하늘 금을 쳐다보며 강가에 비친 지리의 모습과 자신이
투영된 내면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한마디 내 뱉는다. 나는 巨山
지리를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섬진강에 투영된 지리자락의 모습과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며>
<일정정리>
-08:35 산행 시작 (태종식당
앞).
-08:55 첫 사거리 안부.
-09:20 두 갈래 갈림길 (고도 450):우측길
선택.
-09:35 전망대 (고도
590).
-10:18 촛대봉 (화개5.0km/황장산 2.6km/당 재6.0
km):고도 720.
-10:37 새껴미재(고도
660).
-11:25 황장산
(942.1).
-13:00 당 재 사거리(불무장등/목통마을/농평마을
/걸어온길).
-13:35
산행종료(목통마을).
2004.
12. 12.
전 치 옥 씀.
<오늘도 해는 져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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