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가을은 아직도 이곳에.

청산전치옥 2005. 12. 5. 20:47

-언제: 2005. 11.26.

-어디를: 완도 상황봉을.

-누구와: 안내 산악회일원 중 나 홀로.

 

<백운봉에서>

 

 

<아직도 가을은 이곳에 있었으니.....>

 

항상 같이하는 산행동지들과 송별산행도 하지 못하고 끝나는가 싶습니다. 121일부터 새롭게 바뀌는 근무 시스템으로 인하여 행여 오늘 내일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오늘 나 홀로 산으로 뛰어듭니다. 지리산으로 갈까 근교산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산행을 선택한 게 완도의 상황봉입니다. 솔직히 요즈음 집안 분위기가 다운되어 산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산을 바라보고 자신도 바라보며 또 내일을 꿈꾸며 성취감에서 오는 어떤 무엇을 얻고 싶은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인 자신이 우선 키를 잡고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쉼봉 오름 길에서 조망을>

 

같은 전라도이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완도.

내가 알고 있는 완도는 명사십리로 유명한 신지 해수욕장과 보길도 그리고 최근 해신드라마로 유명해진 촬영장이 전부인 것은 지리적으로 너무나 남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과 교통의 불편함이 또한 우리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예전에 비하여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완도는 섬이라고는 하지만 육지와 연륙교가 설치되어 본래의 섬의 개념은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가야 할 쉼봉과 상황봉을 바라보며>

 

 

<쉼봉을 오르는 사람들>

 

언제나 그랬듯이 들려오는 음악은 항상 그 수준입니다.

한참을 달렸는가 싶었으나 어느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자리에 죽치고 있었으며 차창 밖의 모습은 안개로 자욱한 가시거리가 제로입니다. 이따금씩 우측으로 보이는 덕룡 주작산의 암봉이 유혹을 하더니만 이제는 바다건너 달마산이 손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북평면 남창의 바다 연륙교를 건넙니다. 바다내음이 느껴지고 희뿌연 개스 사이로 먼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차창 가의 단풍은 아직도 이곳은 가을이구나 싶습니다.   

 

<상황봉을 바라본다>

 

 

<쉼봉을 되 돌아본다>

 

<상황봉에서 조망을>

 

-산행시작.

의외로 인원이 많은 산행입니다. 아마 80여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들 모두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아마 정상 오르기 전 그들을 추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냥 허허로운 산행을 조용히 하고 싶어서 입니다.

대구리 마을에서 시작된 산행은 처음부터 빡센 산행이 이어지고 있었으나 산 속의 숲 길은 너무도 이색적입니다. 가을이면 잎이 떨어져 있으련만 이곳 숲 길은 푸르름을 간직한 난대림의 수림과 작은 바위에 엉켜있는 담쟁이넝쿨이며 쭉쭉 뻗은 송림 길 바닥에는 가리 잎이 한층 더 산행의 묘미를 더 합니다.

 

<상황봉에서 백운봉(가운데 높은 봉)과 숙승봉(우측 봉)을 바라보며>

 

 

 

<대야 저수지주변의 난대림>

 

요즈음 흔해 빠진 게 디카입니다. 조망이 트일만하면 그곳에 디카를 들이미는 산 객들이 어떤 때는 위태로울 때가 있어 섬뜩하기도 합니다. 산행 시 위기관리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 입니다. 주위의 높은 산이 없어서인지 고도를 조금만 올려도 조망은 좋습니다만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가깝게 보이는 다도해의 푸른바다와 섬들이 보이며 바다를 막아 사용하는 간척지에 바둑판 눈금처럼 반듯하게 정렬된 논경지를 바라 볼 때는 이내 가슴이 저려 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머지않아 들여 올 수입 쌀 개방으로 우리 농민의 아픔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간척사업이 그들의 희망이었으며 쌀농사가 농민들의 주업이었는데……

 

 

<난대림의 하느재에서>

 

<백운봉을 바라보며>

 

-상황봉에서.

1. 2. 3봉을 거쳐 쉼봉에서 조망을 두고 상황봉에 닿습니다.

해발 644m 의 중심을 두고 다섯 봉우리가 섬 한가운데 떠 있는 모습입니다. 북쪽으로 백운봉과 업진봉 그리고 숙승봉 남으로 뻗는 쉼봉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고금도 신지도 청산도 소모도 보길도 그리고 저 멀리 제주도까지 보이련만.......

다도해를 바라보면서 해상왕 장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일개 평민출신으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중국대륙에 진출하여 국제무역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외향적인 국제적 인물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하겠는가? 그도 이곳에 올라 때로는 자신의 외로움과 해상왕국의 꿈을 간직하였으리라 봅니다.

 

 

 

<수직절벽의 백운봉과 난대림>

 

정상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운봉을 향합니다.

잠시 유순한 내림길이 이어집니다.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닿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그냥 스쳐 지나 갑니다. 내려 가면서 이쪽 일대의 푸른 수림은 장관입니다. 가시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난대림의 숲은 어떤 이국적인 이미지를 풍겨줍니다. 완도에 이렇게 숲이 울창하게 이뤄지게 된 원인은 신라시대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는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장보고의 죽음 이후(851) 완도 사람들 모두를 전라북도 김제군으로 강제 이주 시켰다가 공민왕(1351) 다시 들어와 살게 되어 무려 500년 동안 비워 둔 섬이 숲이 우거졌다 는 내용이고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업진봉을 향해 갑니다>

 

 

<업진봉과 업진봉에서 숙성봉을 줌으로>

 

-하느재에서.

13:00 수목원 임도에 닿습니다. 완도의 동부사람과 서부사람의 만남이 이뤄지는 일명 하느재 입니다. 옛날 일부 지역 사람들은 모두 이 길을 통해 완도와 연결이 됐던 조상들의 숨결이 숨어있는 고개마루인 샘입니다. 좌측 길이 완도 수목원이고 우측 길이 대수골로 이어져가는 길 입니다. 결국 이곳에 와서 모든 사람들을 추월하는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어디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펴고 간단한 간식 겸 점심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양쪽으로 도열되어있는 상록 활엽수림 숲 길을 걷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게 조성된 길인 것 같습니다.

 

 

<업진봉에서 신라방주위의 가을과 업진봉을>

 

-백운봉에서.

백운봉 오름 길에 잠시 멈춰 간식을 하였습니다.

정상의 표지석은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은 없지만 수직바위에 백운봉이라고 새겨 있습니다. 동쪽으로 천 길 단애의 수직절벽이 이뤄져 있고 여기저기 칼로 자른듯한 바위의 형상이 월출산의 암 봉 몇 개를 이곳에 이동시켜 놓은 모습입니다. 북쪽에 좀 더 낮은 고도에는 업진봉과 숙승봉이 빨리 오라 손짓을 합니다. 정상부근의 암봉을 우회하고 철사다리를 내려서 업진봉으로 향 합니다.

 

 

 

<숙성봉을 향해 갑니다>

 

-업진봉과 숙승봉에서.

업진봉이라는 정확한 뜻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사람이 등을 구부리고 업 져있는 모습의 형상이라 하여 업진 봉이라고 하였다는 설이 있지만 머리 숙성봉에서 보니 그도 그럴 것도 같았습니다. 이곳에 오니 또 다른 시각을 자극 시킵니다. 숙진봉 아래로 펼쳐지는 신라방 촬영장과 그 주위로 보여지는 가을의 시각이 아직도 이곳에서는 여운이 남아 한참을 감상 합니다. 아직도 이곳에는 가을이구나 하는 시각 이미지 효과를 버릴 수 없어 줌으로 땅겨보고 밀어보고 계속 디카에 집어 넣습니다. 숙승봉은 하나의 커다란 바위 덩어리 입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스님이 숙면하는 분위기의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보면 우리 조상의 슬기와 재치에 혀를 내두릅니다.

 

 

<숙승봉과 정상석>

 

 

<가을의 색채는 아직도>

 

-해신 촬영장(신라방에서)

업진봉과 숙승봉을 지나면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촬영장 주위로 펼쳐진 가을 색채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는 모습이 여린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정녕 벌써 가을은 지나갔는가 싶었는데 아직도 이곳에 가을의 흔적은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숙승봉에서 내려서는 길들은 그야말로 동백 숲입니다. 아마 동백이 피는 계절 2월과 3월에 오면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디어 14시55 오늘 산행을 마치면서 장보고의 해신 촬영장으로 들어섭니다.

 

<숙승봉과 청해진>

 

 

<가을의 색채와 담쟁이 덩쿨>

 

<해신 촬영장을 들어 섭니다>

 

-산행을 정리 하면서.

촬영장에 들어선 자신은 의구심부터 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작은 소품들이 영상화될 때 어마어마한 장비들로 변신되는 영상기술에 감탄을 합니다. 그리고 해상왕 장보고를 영상화한 해신으로 그때 이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도 가을과 가깝게 밀착된 이곳 신라방 주위의 단풍이 숙승봉에서 비쳐주는 태양빛의 스펙트럼이 눈부시게 밝아 온다. 가슴 한쪽에 밀어 닥친 응 얼진 감정을 밀어내며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보며 산행을 마칩니다. ~ 아직도 가을은 이곳에 있었구나!  

 

 

 

 

<숙승봉으로 해는 기웁니다>

 

-일정정리.

11:10 산행시작(대구리 마을)

12:20 쉼봉(598)

12:30 상황봉(644)

13:00 수목원 임도(상황봉1.4/백운봉1.6)

13:37 백운대(601) 숙승봉2.0

13:50 업진봉(544)

14:24 숙승봉(461)

14:55 산행종료(불목리: 해신 촬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