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아쉬움만 남긴 화왕산 산행

청산전치옥 2005. 6. 16. 11:41

아쉬움만 남긴 화왕산 산행

 

 

-산행 일시: 2005.4.14.

 

-산행코스: 자하골 매표소-정상-배바위-허준 촬영장-관룡사-옥천 매표소.

 

-함께한 사람: M 산악회따라 일출님과.

 

 

 

 

 

심야근무가 끝나가는 날 일출님께서 산행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로 가야 할까 망설이고 있었던 참인데.

더군다나 잠을 자지말고 산행하자는 뜻밖의 제의에 황당 할 수밖에……

산에 가자는 말에는 자다가도 일어나는 나의 스타일을 알고 있음이라.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운전 할 수 없으니 안내산악회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전국 진달래의 5대 명산중의 하나인 화왕산

산행이 M 산악회의 주관으로 산행하는 산행이 있었다.

퇴근하자 말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겨우 배낭을 챙겨 들고 약속장소로

갔었는데 모처럼 안내산악회에 나가는 날 하필이면 버스는 초 만원이

되었다. 더군다나 어제 저녁 잠을 자지 못해 차에서 한숨을 부치려고

하였는데……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가 아쉬워

차 안을 비집고 들어가 통로의 보조의자에 무거운 몸을 맡겼다.

 

 

 

 

상하좌우의 고개운동을 하는 사이 순천에 왔을 때 또 다른 산객들이

버티고 있지 않는가. 이제는 어쩔 수 없었던지 주최측에서도 차량수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착한 카니발과 싼타페의 지원 차량이 함께 하였다.

나와 일출님은 싼타페에 합승하여 오늘의 산행이 시작 되었다.

운전석 옆에 앉아 초면인데도 자꾸만 밀려오는 졸음을 억제할 수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잠을 청하기도 하였지만 신경이 예민한 나로써는 눈꺼풀의

상하운동만 하다가 결국 11시 훨씬 넘겨서야 창녕에 도착하였다

 

 

 

 

 

-산행 시작: 자하골 매표소.

화왕산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고는 가을에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억세 군락지

라는 것과 진달래의 군락지라는 것 그리고 창녕에 있다는 것 이외는

아는 상식 없이 출발한 오늘 산행이 어떻게 될까 하는 의심도 하여본다.

생각지도 않게끔 많은 인원에 주최측도 준비한 산행 개요도 역시도 부족한

상태라 나와 일출은 그냥 둘이서 자하골 매표소를 떠난다.

평일의 날씨인데도 산 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일행 모두를 보내고 난 우리는 서서히 졸음을 쫓아가며 힘든 산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창녕 읍에서 가까운 이곳 자하골 매표소 등로는 화왕산의 산행코스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중의 하나이다.

 

 

 

 

 

장군바위 길과 도성암 길과 환장고개로 이어지는 이곳의 코스는 주말

진달래 시즌이나 억세 축제 기간에는 많은 시간이 지체 되는 곳이기도

하단다. 산행초입인 널찍한 4차선 도로에서 우선 반겨주는 벚꽃거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었고 주위의 벚꽃과 어우러진 낮 설은

도시의 풍취에 빠져 허리아래의 딱딱한 시멘트 길을 의식하지 못하였다.

잠시 후 대한민국 무공수훈자 기념비를 지나 오른쪽으로의 장군바위를

쳐다본다. 나중에서야 안 내용이지만 장군바위로 향하는 능선의 조망은

이곳 토박이들 꾼들이 이용하는 아주 최적의 등산로이기도 하단다.

이윽고 좌측의 도성암을 지나 갈 때 들려야 할지 한참 망설였던 것이다.

오늘은 홀로 산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송림 숲 사이를 따라

자하골 길을 따라 송림 사이의 숲길이 이어진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코스의 너덜길이 송림 숲만 아니라면 무척이나

짜증날 정도의 고도의 길이다. 오죽하였으면 환장고개라 하였을까.

아마도 오르막이 상당이 가파르고 너덜길인 이곳을 두고 불러진

이름 같다. 명상의 숲이라는 자막이 눈에 들어 오지만 숨을 헐떡이면서

누가 이곳에서 명상을 할까 생각 해본다.

차라리 좀 쉬었다 가면서 명상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화왕산 정상에서.

정상부가 가까워 질수록 초원의 능선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건너편

암봉이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을 하고 있구나.

수많은 산 객들 중에 우리 일행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50여분의 산행 후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준비하지 못한 산행이라

우선 누군가를 붙들고 이곳 화왕산의 모습 모습을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떤 어르신을 통하여 부분적이나마 설명을 듣고 나서야 우리의 계속된

산행은 이어지고 있었다.

 

 

 

 

 

화왕산성의 억세 밭에서 산행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산성 벽을

따라 과거에 배를 붙들어 매어놓은 곳이라는 배 바위까지 다녀 오기로

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전혀 보이질 않지만 그래도 아마 환장고개 못

미쳐서 우리가 추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유자적 퇴색된 억세 길을 따라 아직 만개하지 않은 진달래를 바라보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조망은 이곳 넓은 억세 평원에서 맘껏 뒹굴고 싶은

어린 소망은 살아있다. 노란 바탕 위의 억세 평원에 덧 칠해진 빨강 검정

파랑의 색깔들이 보색 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저 아래 한쪽에서는 문화재의 보존이라는 명분아래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닐진 데……

 

 

 

 

 

동문 찍고 배바위 건너 다시 동문으로 돌아와 일행 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한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은 일행이 다른 코스로 관룡사를 갔을걸

생각하니 마음만 바빠진다. 허준 촬영장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우리 일행과

조우 합니다. 이제 안심하고 일출님과 나는 관룡산을 향하여 간다.

관룡산을 향하여 내려가는 임도는 우측으로 만개한 노오란 개나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지만 그 옆의 진달래까지 만개 하였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을

하면서 아쉬워한다.

 

 

 

 

 

-관룡산의 용선대

화왕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관룡산의 능선 길로 접어든다.

예상보다 일찍 끝내버릴 것 같은 산행이 벌써 아쉬움이 먼저 앞서온다.

용선대를 향하여 내려서는 발걸음은 너무도 산뜻하며 이따금씩 펼쳐지는

작은 암봉들이 그래도 더디게 한다.

간간히 솔잎 사이로 펼쳐지는 풍광이 산행의 참 맛을 더해준다.

 

 

 

 

 

-관룡사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

이름도 기억하기가 곤란한 석조석가여래좌상 앞에 섰다.

보물 제295호로 몸의 굴곡을 잘 표현한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써 생김새가

온화하고 빼어난 모습으로 어떻게 이곳까지 와 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불자 몇 분께서 열심히 기도를 올리시는 모습에 나 역시도 불자는 아니지만

내 가슴에 안고 있는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또한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래서 이곳으로

석가여래좌상을 옮겼는지 모른다.

 

 

 

 

 

 

-관룡사

관룡산의 병풍바위 아래 아늑한 곳에 위치하며 용선대의 석조석가여래좌상의

호위를 받은 신라 8대 사찰중의 하나인 관룡사에 도착하였다.

사찰은 봄 단장인지 요란한 기계소리가 조용한 산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파란 하늘위로 피어 오르는 목련이 어찌나 아름다우며 새순이 돋아나오는

고목과 조화된 관룡산의 암봉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약사전을 돌아본 나는 정갈한 돌계단 위에 자리

잡은 일주문을 나서면서 또 한번 탄성을 지른다.

아쉬움의 산행이라고 불만이 많았는데 다시 시작되는 벚꽃 길이

새로운 기쁨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양 길가로 만개한 벚꽃 사이에는

꿀벌만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티 없이 맑은

웃음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그리고 꽃 속에서 대화가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다울 수 가 있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산행을 접어본다.

 

 

 

 

 

<에필로그>

산행 기란 산행 후 곧바로 글을 써야 생생함이 전달되는데도 언제부터 한참

지난 뒤에 산행 기를 쓴 버릇이 생겼다. 즉 게으른 산행 기가 돼버린 것이다.

바쁜 일상의 생활도 있겠지만 앞으로 생생한 산행 기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

갑자기 준비 없이 이루어진 산행이 아쉬웠지만 또 다시 억세가 만발

할 때 이곳 억세 평원에서 마음껏 뒹굴며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오늘 화왕산과 관룡산의 산행은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때는 영취산 종암산 덕암산의 종주로 이 능선을 다시 한번 밟기를

약속하며 아쉬움으로 발길을 접는다.

 

 

 

-일정정리.

11:50 산행 시작(자하골 매표소).

12:05 도성암.

12:40 화왕산 정상.

12:50~13:25 배바위와 동문에서.

13:30 허준 촬영장.

14:35 용선대.

14:50 관룡사.

15:05 산행종료(옥천 매표소).

 

*연락: jeon8204@hanmail.net

2005-04-20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