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머물다간 만복대에서...
그리움이 머물다간 만복대에서...
-일시: 2014. 7. 30~31
-함께하는 이: 재길님과
벌써 7월이란 숫자 하나를 더해 8월입니다.
자신이 다녀 온 지난 7월 30일 만복대 사진을 보면서 세월의 의미를 다시 떠 올립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도 아름다움만은 망각하지 않았으며 합니다.
지난 추억도 그것이 재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때면
나 자신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지요
젊은 시절 꿈과 희망으로 불러 주었던 젊음을 잃어버릴 때마다
누군가 내 예금통장에서 나 몰래 돈을 빼간 그 느낌의 차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최근에 다녀온 문덕 고리봉과 천둥산 산행에 이어 지리산 냄새라도 맡아보자며
한참 지난 오후 늦게 정령치 부근을 어슬렁거립니다.
왠 낮 익은 자동차 한대 왔다리 갔다리...
배재길님이 나한테 딱 걸렸다.
공단 먼저 내려 보내고 나 먼저 홀로 만복대 정상을 향해 걷는다.
서로가 베푸는 배려라고 할까 해서 각자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마치 이념이 다른 이성인 듯 각자의 집을 짓습니다.
재길 아우는 밖이 훤히 내다 보이는 언덕에 집을 짓고
나는 내성적인 엉큼한 소유자라 자리도 엄밀한 곳에 집을 졌습니다 ㅋㅋㅋ
잠시 후 저녁을 먹고 재길 아우가 마 실을 왔습니다
난, 마음 하나만 갖고 왔기에 뭐 내놓을게 없었는데
담근 술 한 병과 과일 몇 개를 들고 찾아준 재길 아우에게 다시 고마움을 전합니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 동안 못다 푼 山情(산정)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마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그 놈의 정 때문에 한두 모금 했습니다
집 밖 어둠의 세상에 홀로 섰습니다.
반딧불 2~3마리가 어둠의 광야에 불을 밝히며 긴 포물선을 그어 댑니다
밤 하늘 수 많은 초록 별들과 함께 내 눈망울에 쏟아져 내리지만
속절없는 지리산 운해는 별들과 이야기 하는 우리의 훼방꾼으로 다가 옵니다
흑과 백의 어두운 능선 따라 그리움이 몰려 온다.
나 혼자 지키는 이 만복대의 밤 바다에서 신선이 되어 그리움을 만나고 있다.
흐느적거리는 풀벌레의 슬픈 노래가 그리움의 시간을 잡아 당기며 목 울음을 삼킵니다.
이제 그리운 사람들 이름 한번 불러 보고 옷깃을 여미며 내일을 맞아야지...
그렇게 예견된 날씨를 바라고 오지는 않았지요
만복대의 아침은 생각 보다 오히려 상쾌한 아침으로 다가 옵니다.
사진 찍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최근 날씨치곤 그런대로 봐 줄만 합니다.
노~오란 텐트 주인은 뭐가 그리 바쁜지 내려가야겠다며 텐트를 걷어 냅니다.
해가 떠 오르자마자 인증 샷 몇 컷 남기고 등을 내 보이며 먼저 떠나 갑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름다운 아침을 홀로 봐야 하는 슬픔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로 '다시' 라는 부사를 더해 새벽을 찾는 기쁨인 게지요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내려 가야 합니다.
간밤에 이곳 만복대 산자락에 그리움을 남겨 뒀으니
다시 또 언젠가 그리움을 찾아 그대 만나러 이곳으로 오르겠지요
2014. 7. 31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청산의 바람흔적"은 그리움이 머물다간 만복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