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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에서 바라 본 서북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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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미치고 돌아버리겠네’
‘야! 우리 저곳으로 가자’
시암재를 올라서자마자 만복대의 설화를 보고 우리 모두는 탄성을 지른다.
내 직감으로도 오늘 산행코스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산행코스를 정해놓고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코스대로 산행 한지도 오래다.
간밤에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이곳 시암재에서 오르는 길은 여간 미끄럽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운전 할 수 없어 토목에게 핸들을 맡겼다.
어제 저녁 진하도록 마신 술이 이제야 깨어난 모양이다.
잠시 중간 적당한 곳에 파킹을 하고 누구에게도 물어 볼 여유 없이 만복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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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암재에서 만복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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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의 을씨년스런 풍경은 설마 우리에게 아름다운 고운 빛깔을 줄까 싶었다.
또렷이 이리저리 길다랗게 늘어진 모습의 등로가 마치 시골길 돌담의 용마람 같은
기분을 느끼고 하고 고도를 높일수록 우리들의 체온은 올라만 간다.
고도 1100고지를 향하여 오르니 이내 상고대의 흔적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 온다.
‘워메, 조은거’
한마디씩 내 뱉으며 우리는 천상의 세계로 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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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오름길에서 고리봉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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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를 천국으로 만드는 겨울나무에 얼음 꽃이 피었습니다.
커다란 암 봉에도.
살아있거나 죽어있는 고목에도 화려한 얼음 꽃이 피었습니다.
형형색색 어우러지는 찬란한 자태는 천상의 세계에서
영화 속의 그림을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지금 내가 꿈을 꾸는가 싶을 정도로 황홀 감에 오르가슴을 느낍니다.
이 같은 황홀경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고 느끼며
세상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오묘한 신비의 빛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서 보이는 천리(天理)의 찬란한 모습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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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에서 고리봉과 성삼재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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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의 바래봉을 바라보며.저 멀리 덕유산이 아스라히 보이는데......
가을이 감성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이성(理性)의 꽃을 피우는 계절이듯이
나무도, 길가의 너저분한 풀 한 포기도 묵묵히 시련을 견디다
오늘처럼 습한 찬 공기를 맞으면서 하얀 상고대를 피울 때면 거룩한 은총이 된다.
그래서 겨울은 이성으로 나를 이곳으로 내 모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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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갖은 수다를 떨면서
산행을 하는지 산호초가 만발한 바다 속을 유영 하는지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며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한참을 오른 가 싶었는데 이내 뒤 돌아 보면 그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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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생을 마감한 젊은 산사람들을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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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곳에 오면 느끼는 만복대의 풍경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허허로운 만복대의 겨울을 어떻게 이기려고
이 젊은 처자들은 이곳에서 잠들었단 말인가?
정녕,
그 육신은 사라졌지만 이제 아름다운 서리 꽃이 되어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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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왕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만복대의 정상에서 좌우로 펼쳐진 조망을 바라 본다.
저 아래 팔랑마을 논배미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오는
안개 구름이 이곳 만복대에 미끄러져
영하의 강추위에 하얀 입김을 내 뿜더니
이내.
사랑으로 엉겨 붙어 바닷속 예쁜 산호꽃으로 변신시켰구나.
상고대라는 얼음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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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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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뒤의 서북능선 자락: 바래봉까지 확실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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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중봉 하봉까지 시야에 잡힙니다.
동쪽의 천왕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우리들의 품에 와 있고
반야의 아름다운 엉덩이의 모습은 지리에 미친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구나.
보아라!
밤새 씨를 맺고 바람 따라 자라난 바람서리꽃.
아침햇살을 머금고 거기서 쏟아지는 반짝임이 이렇게 환상적일 줄 누가 알았으랴.
불어대는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면서
상고대와 햇살이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내 환상적인 멋진 춤을 연출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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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아쉽기만 하듯이
만복대의 정상에도 시간의 흐름을 거역 할 수 없음을 느낀다.
서서히 허물어지는 얼음 꽃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인생의 단면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
만복대의 온 산에 핀 설화의 비경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현란하게 떠오른다
그 현란한 모습을 지울 수 없어 늦게나마 만복대의 스케치를 산행기로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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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과 천왕봉 지리의 주능선을 한꺼번에 잡았습니다.
http://blog.daum.net/jeon8204
2007.12.19
청 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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