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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기대 너머의 고요함, 만복대 아침

by 청산전치옥 2025. 6. 21.

“기대 너머의 고요함, 만복대 아침”

- 일시: 2025년 6월 18일

- 나 홀로 

 

장마철 틈을 비집고,

하루를 온전히 산에게 맡긴 아침.

카메라와 함께 만복대를 찾았다.

 

전날까지 이어진 빗줄기,

그리고 일기예보의 한 줄 ‘맑음’이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게 했다.

운해, 붉게 타오르는 여명,

능선 위로 흘러내리는 빛의 강…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던 하늘엔

기대한 풍경은 없었다.

먹먹한 구름 사이로 아스라한 빛이 스치고,

운해는 자취를 감춘 채

겹겹의 산 능선만이 조용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아쉬움 속에,

‘그럼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분홍빛도, 황금빛도 없지만

회색빛 공기 속 능선은 더 깊고 더 진했다.

햇살 대신 안개가, 극적인 장면 대신 고요함이

나를 오래 머무르게 했다.

 

산은 언제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정직하다.

오늘의 만복대는 말이 없었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아침을

아쉬움이라 부르기엔,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2025년 6월 18일

"청산의 바람흔적"은 만복대에서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