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너머의 고요함, 만복대 아침”
- 일시: 2025년 6월 18일
- 나 홀로
장마철 틈을 비집고,
하루를 온전히 산에게 맡긴 아침.
카메라와 함께 만복대를 찾았다.
전날까지 이어진 빗줄기,
그리고 일기예보의 한 줄 ‘맑음’이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게 했다.
운해, 붉게 타오르는 여명,
능선 위로 흘러내리는 빛의 강…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던 하늘엔
기대한 풍경은 없었다.
먹먹한 구름 사이로 아스라한 빛이 스치고,
운해는 자취를 감춘 채
겹겹의 산 능선만이 조용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아쉬움 속에,
‘그럼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분홍빛도, 황금빛도 없지만
회색빛 공기 속 능선은 더 깊고 더 진했다.
햇살 대신 안개가, 극적인 장면 대신 고요함이
나를 오래 머무르게 했다.
산은 언제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정직하다.
오늘의 만복대는 말이 없었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아침을
아쉬움이라 부르기엔,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2025년 6월 18일
"청산의 바람흔적"은 만복대에서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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