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海霧)
80년 그 때, 초병(哨兵)이 되어 외로움에 떨었다
그렇게
하늘을 막았던 서러움도
바다를 덮었던 그리움도
정적(靜寂)의 무엇으로 위로 받지 못했다
멀리 어둠 속에 가물거리는 수평선
살아 움직이며 꿈틀거리는 검푸른 바다
파도가 밀려와 하얀 포말로 부서져 버릴 때
내 삶의 끝이 이곳 백령도가 아닐까 두려워 했었다.
그 때
유난히도 끈적한 해무가 황진호의 주둥이를 틀어 막고 있었지
황진호의 뱃고동 소리를 듣고 싶어
그리움에 몸을 비틀고 있을 때
여지없이 해무(海霧)의 꿈틀거림은 나에게 거무감을 안겼다
34년 흐른 지금 이 시각
저 막사의 초병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손 꼽아 기다리는 그리움의 손가락을 세고 있구나.
아침
해무(海霧)는 그리움 따라 출렁이는데...
2015년 3월26일. 백령도에서...
글. 사진 청산 / 전 치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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