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캐치

백령도의 일출[제 2일차]

청산전치옥 2015. 4. 1. 17:00

 

해무(海霧)


80년 그 때, 초병(哨兵)이 되어 외로움에 떨었다
그렇게
하늘을 막았던 서러움도
바다를 덮었던 그리움도
정적(靜寂)의 무엇으로 위로 받지 못했다

 

멀리 어둠 속에 가물거리는 수평선
살아 움직이며 꿈틀거리는 검푸른 바다
파도가 밀려와 하얀 포말로 부서져 버릴 때
내 삶의 끝이 이곳 백령도가 아닐까 두려워 했었다.

 

그 때

유난히도 끈적한 해무가 황진호의 주둥이를 틀어 막고 있었지
황진호의 뱃고동 소리를 듣고 싶어
그리움에 몸을 비틀고 있을 때
여지없이 해무(海霧)의 꿈틀거림은 나에게 거무감을 안겼다

 

34년 흐른 지금 이 시각
저 막사의 초병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손 꼽아 기다리는 그리움의 손가락을 세고 있구나.
아침
해무(海霧)는 그리움 따라 출렁이는데...

 

 

2015년 3월26일. 백령도에서...

글. 사진 청산 / 전 치 옥

 

 

 

 

 

 

'여행 스캐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생의 다리  (0) 2015.04.26
산 벚꽃과 실록이 어우러진 세량지 아침  (0) 2015.04.19
산수유 필 때면  (0) 2015.03.29
情分(정분) 난 삼월이[광양 매화마을]  (0) 2015.03.23
여수밤바다 빛노리야  (0) 2015.03.14